섀도우 생산성 경제’의 등장...직장에서 AI를 몰래 쓰는 현

  • 등록 2025.09.06 12: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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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조사에서 미국 직장인 절반가량이 상사에게 알리지 않고 AI 도구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식적으로는 금지되거나 언급조차 되지 않은 상태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AI가 비공식적인 동료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섀도우 생산성 경제’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산성, 조직의 제도권 바깥에서 자율적으로 발생하는 업무 혁신의 흐름이 이제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섀도우 생산성이란, 회사의 지시나 규범, 승인 절차와는 무관하게 개인이 스스로 도구와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을 뜻한다. 과거에는 엑셀 매크로나 개인 메모앱, 외부 협업 툴이 여기에 속했다면, 지금은 ChatGPT나 코파일럿, 다양한 생성형 AI 서비스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비공식 생산성이 단순히 개인 차원의 편의를 넘어서 조직 전체의 문화와 운영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계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통해 업무 효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장점은 분명하다. 반복적인 보고서 작성, 코드 디버깅, 기획안 초안 만들기 등에서 AI는 빠른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놓는다. 기존에 하루 종일 걸리던 일이 몇 분 안에 정리되기도 한다. 개인 입장에서는 업무 부담을 덜고 창의적인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으며, 팀 차원에서도 전체 퍼포먼스가 눈에 띄게 올라간다. 게다가 경쟁사 직원이 이미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섀도우 생산성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리스크 역시 만만치 않다. 첫째는 보안 문제다. 사내 기밀 문서나 고객 데이터를 AI에 그대로 붙여 넣을 경우, 해당 정보가 외부 서버에 저장되거나 학습에 활용될 수 있다. 둘째는 책임 소재다. 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이 잘못되었을 때, 그것이 AI의 오류인지 사용자의 과실인지 명확히 가리기 어렵다. 셋째는 윤리적 문제다. 공식적으로 허가되지 않은 도구를 사용해 성과를 냈을 때, 그것이 정당한 평가 대상이 되는가 하는 논란이 생긴다. 결국 섀도우 생산성은 효율성을 주는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내는 양날의 검이다.

 

기업이 이 흐름을 무조건 억누르기는 어렵다. 이미 직원 개개인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다양한 AI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고, 업무 효율이 체감될 만큼 달라지기 때문에 금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필요한 건 대응 전략이다. 첫째, 행동 규범을 세워야 한다. AI를 사용할 수 있는 업무 범위, 다뤄도 되는 데이터 수준, 반드시 지켜야 할 보안 절차를 명문화해야 한다. 둘째, 교육이 필요하다. 직원들이 AI의 장단점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 셋째,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AI를 활용했다는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는 환경, 오히려 이를 공유해 팀 전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섀도우 생산성은 단순히 비공식적 생산성을 넘어, 앞으로의 업무 환경을 규정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AI는 이미 보이지 않는 협업자로 존재하고 있고, 이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 보이지 않는 손을 어떻게 다루느냐이다. 억압과 금지로 가려진 영역을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제도와 문화로 양성화해 조직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인가. 직장은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

헤드라인경제신문 기자 auroraa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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