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 일과 삶의 새로운 균형을 묻다

  • 등록 2025.09.28 1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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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사회에서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다시금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주 4일제라는 파격적인 대안과 함께 현실적인 중간 단계로 떠오른 것이 바로 주 4.5일제 근무제도다. 이는 주 5일 근무제를 유지하되, 반나절을 줄여 주 4.5일만 근무하는 방식이다. 대체로 금요일 오후를 휴무로 두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기업은 수요일·금요일 반차 형태로 운영하기도 한다.

 

 

주 4.5일제 논의의 배경에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청년 세대의 워라밸 요구, 그리고 해외 사례가 자리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해왔고, 과로와 번아웃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또한 젊은 세대일수록 단순한 임금보다 삶의 질, 자기계발, 휴식의 가치를 중시한다.

 

해외에서도 이미 주 4일제 또는 근무 단축 실험이 진행됐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주 35~36시간 근무 실험에서 생산성 저하가 거의 없었으며, 영국의 70여 개 기업은 주 4일제 실험 이후 90% 이상이 제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흐름은 한국 사회에도 영향을 미쳤고, 정부와 정치권에서 주 4.5일제를 “현실적인 과도기적 대안”으로 검토하는 이유가 되었다.

 

현재 주 4.5일제는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다. 다만 일부 대기업 계열사, IT기업, 스타트업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금요일 12시 퇴근제를 시행하는 기업이 대표적이다. 또한 경기도·전북 등 일부 지자체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 4.5일제를 시범 운영하여 행정 효율성과 직원 만족도를 동시에 실험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근로기준법 개정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으나, 아직 법제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특히 중소기업의 현실적 부담, 임금 보전 문제, 산업별 격차가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긍정적인 면은 분명하다. 첫째, 직원 만족도와 몰입도 향상이다. 짧아진 근무시간은 근로자의 동기부여를 높이고, 업무 시간 내 집중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둘째, 인재 확보와 이직률 감소다. 특히 MZ세대에게 주 4.5일제는 강력한 채용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셋째, 가족 돌봄과 여가 활동 증가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다. 장기적으로는 과로 예방과 생산성 유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

 

반면 우려도 크다. 중소기업은 인력 여력이 부족해 업무 공백을 메우기 어렵고, 근로시간 단축이 곧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또한 서비스업·제조업처럼 교대 근무가 필수인 업종에서는 사실상 도입이 어렵다. 결과적으로 대기업·공공기관만 누리는 제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주 4.5일제는 아직 제도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분명히 한국 사회의 노동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주 4일제로 가기 전, 기업과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 타협안으로 기능할 수 있다. 다만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중소기업 지원책 ▲임금 보전 문제 해결 ▲산업별 맞춤형 도입 전략이 필요하다.

 

“일은 줄었지만 성과는 그대로”라는 말처럼, 주 4.5일제가 단순한 근무시간 단축이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이제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논의할 차례다. 다만 나라마다 사회 환경의 질이 다르다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헤드라인경제신문 기자 auroraa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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