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100% 관세, 희토류에서 시작된 새로운 냉전

  • 등록 2025.10.11 13: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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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다시 칼을 빼들었다. 이번엔 ‘관세’라는 낡은 무기지만, 그 표적은 훨씬 더 정교하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자, 트럼프는 즉각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단순한 보복이 아니다. 이는 미국이 사실상 ‘경제적 냉전’의 2라운드를 선언한 것이다.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이제 석유보다 전략적인 자원이다.
전기차 모터, 반도체, 전투기, 미사일,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현대 산업의 심장을 이루는 핵심 소재다. 지구상 생산량의 70% 이상을 중국이 쥐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 지배력의 ‘진짜 위협’은 최근 중국이 자국 안보를 이유로 수출 통제에 나서며 현실이 됐다.
중국의 이 조치는 무기보다 무서운 자원 통제의 신호탄이었다.

 

트럼프는 이를 정치적 기회로 삼았다.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화했고, 미국은 더 이상 종속되지 않겠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국 산업의 자립을 외쳤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단순한 보호무역주의를 넘어선 전략적 경제 봉쇄에 가깝다.
관세 100%는 단지 숫자가 아니다.
그건 ‘디커플링(탈동조화)’의 상징이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기술·자원·금융 네트워크를 끊어내며, 글로벌 공급망의 새 질서를 그리려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경제 전쟁’의 피해가 양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희토류는 현대 산업의 모세혈관이다.
한쪽이 막히면, 지구 전체의 생산 라인이 흔들린다.
미국이 관세를 올리면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정련·가공 기술의 80% 이상이 여전히 중국에 있다.
관세가 오르면 생산비용이 급등하고, 전기차·스마트폰·반도체 등 글로벌 산업 전반에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가 중국을 향해 던진 돌은, 결국 미국 소비자와 세계 시장에 맞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계산이 있다.
그는 관세를 외교 협상 테이블의 무기로 써왔다.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만으로도 시장을 흔들고,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왔다.
이번 희토류 관세 카드 역시 대선 국면에서 ‘미국 제조업의 재건’이라는 상징적 구호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박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단기적 정치 이익이 장기적 산업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급망이 흔들리면 결국 기술 혁신도, 산업 자립도 불가능해진다.

 

중국 역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국가안보’를 이유로 희토류 수출 허가제를 강화했고, 특정 기술의 해외 이전도 금지했다.
이는 단순한 맞불이 아니라, ‘자원 애국주의(Resource Nationalism)’의 전형이다.
“미국이 기술로 봉쇄한다면, 우리는 자원으로 대응한다.”
이제 무역 분쟁은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의 문제, 가치의 문제로 번졌다.

 

이 신냉전(New Cold War)은 냉기의 형태가 다르다.
총 대신 데이터, 미사일 대신 반도체, 그리고 탱크 대신 희토류가 동원된다.
경제, 기술, 자원이 얽혀 있는 복합전이다.
문제는 이 싸움의 ‘전장’이 세계 어디에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을 포함한 중견국들은 어느 쪽 진영에도 완전히 기대기 어렵다.
희토류와 반도체, 배터리 산업에서 미국의 기술과 중국의 원자재를 동시에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같은 산업국가들은 이 신냉전의 피해자이자 조정자의 역할을 동시에 떠안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냉전의 관성에 휘말리기보다, ‘기술동맹과 자원외교의 균형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미국과의 협력 속에서도, 중국·동남아·호주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현실적 노력이 필요하다.
희토류는 단순한 광물이 아니다.
그건 국가 안보의 기반이며, 미래 산업의 혈관이다.
한쪽에 의존하는 순간, 생명줄이 쥐어질 수 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어쩌면 시작일 뿐이다.
‘100%’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건 그가 열어젖힌 세계 경제의 분기점이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 싸움에서 이기는 쪽은 누구인가?”
어쩌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승자는 없다.
패자는, 세계일 것이다.

헤드라인경제신문 기자 auroraa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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