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복지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종종 “65세 이상 지하철은 무료인데 뭐가 그렇게 불편한가”라는 말을 한다. 얼핏 들으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는 어르신들의 교통비 부담은 전혀 다른 양상을 가지고 있다. 지하철 무료는 오래전부터 유지되어 온 제도일 뿐, 시니어의 이동 대부분이 이루어지는 곳은 지하철이 아니라 버스와 택시, 그리고 동네 곳곳을 잇는 마을버스다. 지하철이라는 하나의 제도가 존재한다고 해서 노인의 이동권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며, 더구나 올해 들어 연이어 오른 버스·택시 요금은 시니어들에게 직접적인 생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어르신들의 하루 동선을 떠올려보면 답은 간단하다. 병원, 보건소, 시장, 경로당, 장보기, 복지관, 지인 방문. 이 모든 곳은 지하철역과 멀리 떨어져 있으며, 대부분이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닿을 수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일수록 지하철의 계단, 환승 거리, 수평 이동 자체가 체력적으로 부담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지하철은 무료인데 왜 교통비가 이렇게 부담이 되느냐”는 의문이 아니라 “버스와 택시 요금이 너무 올라서 이동이 두렵다”는 목소리가 훨씬 많다.
최근 여러 지자체가 ‘노인 교통지원 확대’를 이야기하는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 발표만 들어보면 마치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시니어가 체감하는 효과는 지역마다 크게 다르다. 일부 지역에서는 택시 바우처를 지급하지만 월 한도가 적고, 어떤 곳은 버스 교통포인트를 제공하지만 충전 방식이 복잡하다. 또 어떤 곳은 신청 절차가 주민센터 방문을 요구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된다. 제도가 생겼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느냐, 얼마나 체감되는가, 얼마나 지속되는가이다.
버스 요금 인상은 특히 큰 문제로 남아 있다. 교통체계 개편을 이유로 한 인상이 이어지면서 월 10~20회만 이동해도 부담이 적지 않다. 여기에 택시 기본요금도 올랐다. 병원 진료를 위해 짧은 거리만 이동해도 기본요금을 그대로 부담해야 하는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일수록 택시 이용 횟수는 많다. 결국 지하철 무료라는 제도는 생활에 꼭 필요한 이동 비용 증가를 상쇄하지 못한다.
또한 시니어의 이동권은 단순히 비용 문제가 아니다. 이동이 줄어드는 만큼 사회적 고립이 급격히 증가한다. 복지관 방문이 뜸해지고 경로당 모임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외부 관계가 끊어진다. 이동권은 곧 사회적 연결망이자 건강 지표와 직결되는 문제다. 걷고, 움직이고, 밖에 나가고, 사람을 만나는 활동이 줄어들수록 우울감·인지 저하·고독 위험은 빠르게 증가한다. 그래서 교통지원은 단순한 금전 지원이 아니라 노인의 삶의 질을 지탱하는 핵심 복지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교통약자 지원책은 이런 문제를 일부 인식한 내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택시 이동권 지원을 확대하고, 휠체어 탑승 가능한 콜택시 수를 늘렸으며, 고령자를 위한 교통카드 정산 시스템을 단순화하려는 시도도 있다. 하지만 제도는 늘어나는 속도보다 시니어의 고립과 이동 감소 속도가 더 빠르다. 정책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로 어르신들이 “편하다”, “쓸 수 있다”, “부담이 줄었다”고 느끼는 변화가 필요하다.
노인 교통지원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버스·택시 중심의 지원 강화다. 실제 이동의 70~80%가 이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버스·지하철 통합 할인, 버스 무료 또는 부분 무료 정책은 시니어의 체감도를 가장 빠르게 올릴 것이다.
둘째, 복잡한 절차 축소다. 신청, 갱신, 재확인, 서류 제출 같은 과정이 줄어들어야 한다. 모바일로만 신청을 받는 지역이 늘고 있는데, 어르신들의 디지털 접근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제도 이용을 막는 장벽이 된다.
셋째, 지역 격차 축소다. 어떤 지역은 택시 바우처가 풍부하고, 어떤 지역은 전혀 없다. 노인의 이동권이 주소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부당하다. 기본적인 이동지원은 ‘지역 복지’가 아니라 ‘전국 공통 복지’에 가깝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지하철 무료 정책은 분명 의미 있고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노인복지의 상징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시니어의 이동 방식은 지하철 중심이 아니다. 일상생활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이동이 ‘지하철 밖’에서 일어나며, 실제 부담도 거기서 생긴다. 노인복지의 관점에서 이동권을 다시 보면, 우리가 강화해야 할 지점은 분명하다. 지하철이 아니라 버스와 택시, 그리고 지역 이동 편의성이다.
노년의 이동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삶의 활력이고, 건강의 증거이며, 사회와의 연결이다. 한 번의 이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것은 결국 한 사람의 하루를 살리고, 고립을 줄이고, 삶의 질을 지키는 일이다. 앞으로의 복지는 더 복잡해질 것이고, 제도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복지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어르신이 한 번이라도 더 편하게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것, 그 단순한 목표가 노인복지 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