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행하던 단어가 있다. '가성비'였다. 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수많은 소비자들의 기준이 되었고, 기업들은 더욱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상품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 흐름이 지금도 유효한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의 기준이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물건의 기능이나 가격이 아닌, '내가 이 소비를 통해 어떤 감정을 얻는가'에 훨씬 더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가심비'가 주목받는 시대다. 감성의 만족, 나를 만족시키는 가치,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소비를 결정짓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싼 것이 아니라, 나와 맞는 것. 많은 젊은 세대는 물건을 고를 때 그 제품이 자신의 정체성을 얼마나 대변해주는지를 고민한다. 누군가는 무심히 들고 다니는 텀블러 하나에도 브랜드 철학과 재활용 정책을 따져본다. 왜일까.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지향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명품 소비가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비싸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주는 서사와 스토리, 그리고 그 안에서 느끼는 소
NFT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었을 때 가장 먼저 따라붙은 비판은 환경 문제였다. NFT 한 점을 민팅할 때마다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되고 탄소가 배출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디지털 예술가들도 당황했다. 블록체인이라는 혁신 기술이 미래를 그린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구가 병들어간다면 의미가 있겠는가.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 NFT 생태계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친환경 NFT라는 새로운 실험이 조용히 확산 중이다. 첫째, 이더리움 머지 이후 변화가 시작됐다. 2022년 이더리움은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전환하는 머지를 단행했다. 그 결과 에너지 소비가 99퍼센트 이상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전까지는 블록을 채굴하기 위해 수많은 컴퓨터가 고성능 연산을 반복했지만, 이제는 담보로 맡긴 토큰을 기반으로 블록 생성 권한을 얻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 변화는 NFT 거래의 친환경화를 위한 첫 걸음이었다. 둘째, 탄소 상쇄형 NFT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NFT를 민팅하거나 거래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그에 상응하는 탄소 크레딧을 구입하거나 환경 보호 프로젝트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 장의 NFT를 민팅
7장. 국민당 정부 이주와 장제스 체제 — 전환의 시간 1945년, 태평양 전쟁이 끝났다. 일본은 항복했다. 대만은 반세기 만에 다시 새로운 이름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중화민국의 이름으로. 그러나 이 새로운 통치는 환영받은 것만은 아니었다. 식민지 억압이 끝나기를 바랐던 대만인들은, 또 다른 억압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당시 대륙의 국공 내전은 격렬하게 진행 중이었다. 국민당 정부는 일본 패망 직후 혼란 속에 대만 행정을 인수했다. 장제스 정권은 대만을 전후 복구와 반공의 거점으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그 접근은 대만 사회의 복잡한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이루어졌다. 국민당이 파견한 관료들은 종종 본토에서 부패와 무능으로 악명 높던 관리들이었다. 그들은 일본 식민 체제의 인프라를 장악하는 데 급급했고, 민생 문제는 뒷전이었다. 물가는 폭등했고, 통화 개혁은 실패했다. 시장에는 가짜 상품과 암거래가 판쳤다. 그 와중에 공공 자산은 사유화되었고, 국민당 관료들과 그 측근들은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대만인 사회는 분노로 들끓었다. “일본인보다 더 못한 지배자들이다.” 이런 말이 골목마다 돌았다. 그 분노는 곧 폭발했다. 1947년 2월 27일
4장. 정성공과 한족 이주 — 귀명항청과 새로운 충돌 1661년 봄, 거센 바람과 검은 파도를 뚫고 수백 척의 군선이 남중국해를 가르며 전진하고 있었다. 배마다 노쇠한 병사들과 갓 징발된 농민들, 식량과 무기가 실렸다. 그들의 목적지는 명확했다. 대만 — 잃어버린 이상을 되찾기 위한 최후의 거점. 그들을 이끈 이는 정성공(鄭成功), 명나라 충신이었다. 명나라는 이미 북경에서 무너졌고, 남부의 마지막 저항도 꺼져가고 있었다.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신념은 단 하나였다 — 반청 복명(反清復明). 대만은 그 꿈을 위한 무대가 될 운명이었다. 정성공의 함대는 타이난 인근에 상륙했고, 네덜란드군은 젤란디아 성에서 결사 항전했다. 9개월간의 포위전 끝에 성문은 열렸다. 네덜란드 깃발은 내려오고, 정성공의 군대가 섬을 장악했다. 이로써 유럽 열강의 시대는 일단 막을 내렸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정성공의 이상과 현실은 곧 충돌했다. 그는 대만을 명나라의 임시 수도, 복명 운동의 거점으로 삼고자 했다. 섬 전체에 명나라 연호를 사용하고, 청조 관복을 금지하며, 중앙 집권적 군정을 수립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섬
1장. 서문 — 섬은 섬으로만 남지 않는다 아직 어둠이 덜 가신 새벽, 남쪽 항구에 서면 바람은 언제나 바다 쪽에서 밀려온다. 짙은 안개 속에서 선박의 윤곽이 아스라히 떠오르고, 철제 로프에 매달린 쇠고리가 차갑게 울린다. 항구 노동자들은 벌써 움직인다. 시간은 해안가 도시에서는 느리게 흘러가는 법이 없다. 이 섬은, 그렇게 언제나 밖으로 향하는 몸짓으로 깨어났다. 돌아볼수록 역사는 바다와 더불어 만들어졌다. 육지의 깊은 숲보다, 바다의 깊고 검푸른 저편이 더 많은 이야기를 실어왔다. 누군가는 대만을 ‘섬’이라 부른다. 그러나 섬은 결코 고립된 존재가 아니다. 고립이라는 단어는 인간이 나중에 덧씌운 관념일 뿐, 이 작은 대지 위에는 늘 외부의 바람이 드나들었다. 항로는 언제나 열려 있었고, 어딘가에서 온 이들은 늘 이곳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다시 어딘가로 떠나갔다. 먼 옛날, 바람을 읽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별과 바다의 결을 따라 항해했다. 그들의 목소리는 오늘날에도 산지 깊숙한 곳, 원주민 촌락에서 들려오는 노래 속에 숨어 있다. 그 뒤로 오랜 시간이 흘렀다. 외부에서 온 더 크고 빠른 배들이 이 섬의 해안을 포위했고, 이름 모를 지도로 그려냈다.
최근 몇 년 사이, '직장 외 수익'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소자본 창업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초기 투자금이 거의 필요 없고, 본인의 경험이나 지식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전자책 판매’는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부업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자책 판매는 종이책처럼 출판과 인쇄, 물류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출간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PDF나 ePub 형식으로 제작된 전자책은 온라인 플랫폼에 업로드만 하면 전 세계 누구에게나 판매가 가능하며, 수정이나 업데이트도 쉽기 때문에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요즘 소비자들은 전문가의 고급 정보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겪은 시행착오, 경험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에 큰 흥미를 보인다. ‘전업맘의 육아 일기’, ‘30대 직장인의 퇴사 준비기’, ‘한 달 만에 5kg 감량한 다이어트 노하우’처럼 현실 기반의 콘텐츠가 오히려 더 큰 반응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을 잘 써야만 전자책을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전자책은 정보의 깊이와 독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구성력, 그리고 스토리텔링이 핵심이다. 또한 요즘은 AI
최근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 중 하나로 ‘목소리 녹음 부업’이 주목받고 있다. 특별한 장비나 초기 자본 없이, 자신의 목소리만으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이나 재택근무자, 또는 프리랜서를 꿈꾸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프리랜서 플랫폼인 파이버(Fiverr)에서는 한국어 목소리 녹음 서비스를 찾는 외국인들의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튜브 영상, 광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언어 학습 콘텐츠 등에 활용할 한국어 원어민 음성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파이버에 서비스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어로 자신의 프로필을 작성하고, 제공할 서비스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개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한국어 내레이션, 광고용 녹음, 유튜브용 보이스오버 등을 주요 콘텐츠로 설정하며, 녹음 단어 수에 따라 가격을 세분화하여 제시한다. 예를 들어 백 단어 이하의 녹음은 10달러 수준으로 시작하며, 작업량이 많을수록 그에 따라 가격도 올라간다. 성공적인 판매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샘플 녹음’이다. 잠재 고객은 판매자의 목소리 톤, 발음, 녹음 품질을 통해 구매 여부를
이별은 끝이 아닐 수 있다. 때론 시간이 흘러 마음이 정리된 후에야, 그 사람이 진짜 소중했음을 깨닫기도 한다. 하지만 무작정 다시 만나자고 다가가는 건, 오히려 남은 감정까지 흐트러뜨릴 위험이 있다. 그럴 땐 차분히 준비하고, 전략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7가지 방법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을 넘어서, 진심을 전달하고 상대의 마음을 다시 움직이기 위한 현실적인 가이드다. 첫째, 감정 정리부터 시작하자. 이별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자기 감정 정리’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은 이유가 외로움 때문인지, 진짜 사랑 때문인지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다시 만난다 해도 오래가지 못한다. 자존감이 깎인 상태에서는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다. 감정을 정리하고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첫걸음이다. 둘째, 연락은 서두르지 말자. 이별 직후에는 상대방도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그 타이밍에 연락하면 오히려 더 멀어질 수 있다. 2~4주의 ‘무연락 기간’을 갖는 것이 좋다. 이 기간은 나를 위한 시간일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나의 빈자리를 느끼게 해주는 기회다. 셋째, 나 자신을 돌보자.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자. 운동, 독
NFT 시장은 한때의 유행을 넘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단순히 JPEG 파일을 소유하는 시대는 끝났고, 지금은 AI와 NFT의 융합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다시 흔들고 있다. 이 조합은 단순한 기술 결합이 아니다. 예술, 수익, 소유권, 그리고 인간의 창작권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동반하는 실험이 되고 있다. 첫째, 이제 AI는 예술가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AI는 더 이상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조력자가 아니다. 텍스트 몇 줄만 입력하면 AI는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미적 결과물을 내놓는다. 이 이미지들은 NFT로 민팅되어 블록체인에 등록된다. 더 놀라운 점은 이 과정 전체가 사람의 손을 거의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AI가 만든 그림을 또 다른 AI가 민팅하고, 마케팅하고, 판매하고, 수익까지 관리하는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다. 이때 우리는 묻게 된다. 과연 이 예술의 창작자는 누구인가. 명령을 내린 인간인가, 알고리즘 그 자체인가. 둘째, DAO와의 결합은 이 흐름을 더 강력하게 만든다. DAO는 탈중앙화 자율조직이다. 즉, 누군가가 통제하지 않아도 다수의 참여자가 투표로 의사결정을 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AI가 창작한 NFT 콘텐츠가 결합되면 어떤
디지털 시대의 인간은 외롭지 않다고 믿고 싶다 팔로워 수는 늘어나고, 피드는 늘 화려하다 하지만 정작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점점 어려워진다 진짜 감정보다 잘 포장된 감정이 먼저 도착하는 시대 SNS는 공감의 공간이 아니라 연출의 무대가 되고 있다 첫째, 좋아요는 현대인의 감정 통화가 되었다 SNS는 처음엔 감정을 공유하자는 목적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누가 더 잘 포장하느냐의 경쟁장이 됐다 기쁜 날은 더 기쁘게, 슬픈 날은 덜 슬프게 표현된다 그 사이에서 진짜 감정은 점점 자리 잡을 틈을 잃는다 결국 사람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마저 디자인하게 된다 이때 좋아요는 일종의 화폐처럼 작동한다 더 많은 좋아요를 받은 감정이 더 가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둘째, SNS는 관계의 착시를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위로를 건네고, 이모티콘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하지만 그 관계는 진짜일까 정작 속이 타들어가는 날에도, 누구에게 전화해 털어놓을 용기는 사라진다 대신 익숙한 루틴처럼 사진을 올리고, 괜찮다는 척 글을 쓴다 그러고 나면 누군가가 눌러주는 하트 하나에 스스로를 위로하려 한다 그러나 그 위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또다시 확인하게 된다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