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유리왕, 떠도는 자의 길
고구려의 시작은 주몽이었다. 그는 한 사람이었으나, 한 시대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은 자, 두 번째 왕이 된 이는 그저 주몽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왕이 되지 않았다. 그는 떠돌아야 했고, 자신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다. 그의 이름은 유리왕(瑠璃王). 사람들은 흔히 강한 자만 기억한다. 그러나 강한 자란, 처음부터 강했던 것이 아니다. 고구려의 왕이 된다는 것, 그것은 피로 쓰인 운명이었다. 버려진 자의 길 세상에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없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을 갖춘 자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제 것이었어야 할 것조차 빼앗긴 채 세상을 떠돈다. 유리는 후자였다. 그의 어머니, 예씨는 고구려의 왕이 된 주몽을 기다렸을 것이다. 부여의 땅에 남겨진 채, 언젠가는 자신과 아들을 데리러 올 것이라 믿으며. 그러나 주몽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말했다. "이곳은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네가 가야 할 길이 따로 있다." 그 길은 곧 유리의 운명이었다. 그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아버지가 있는 곳을 향해 길을 떠났다. 왕의 아들이라는 증거 고구려의 땅에 도착한 날, 유리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성벽은 높았고, 하늘은 탁 트여
- 헤드라인경제신문 기자
- 2025-03-08 1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