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미국 현지에 철도차량 전장품(전기·전자 장비) 생산 거점을 마련하며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1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시에서 철도차량 전장품 생산 공장인 ‘현대로템 스마트 일렉트릭 아메리카(HRSEA)’ 준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현지 생산에 돌입했다고 19일 밝혔다.

준공식에는 로스앤젤레스 메트로 관계자와 리버사이드시 주요 인사, 주미 LA 총영사, 현대로템 및 협력업체 임직원 등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는 기념사에서 “철도 산업에서 품질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며 “HRSEA 공장은 이러한 우리의 철학을 미국 현지에서 실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리버사이드 지역의 고용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며 현지 사회와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RSEA는 약 8500㎡(2600평) 규모로 건설됐으며, 추진제어장치, 견인전동기, 보조전원장치 등 철도차량 핵심 전장품을 생산하고 시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이 공장은 단순한 생산기지 역할을 넘어 현지 고객서비스 관리, 사후 지원, 신규 전장품 관련 후속 사업까지 담당하는 전략적 전진기지로 운영된다. 특히 현대로템의 협력업체인 VC Tech, JKA와 함께 현지에 동반 진출해 빠르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공장 설립은 미국 연방정부가 시행 중인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에도 대응하는 조치다. 해당 정책은 인프라와 철도 프로젝트에 일정 비율 이상의 미국산 자재·부품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어 해외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 거점 마련이 필수적이다. 현대로템은 HRSEA를 통해 미국 주요 철도 운영기관들의 수요에 발맞춰 경쟁력을 확보하고 신규 프로젝트 수주 기회를 넓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될 전장품은 현대로템이 보유한 핵심 기술과 노하우가 집약된 장치들이다. 추진제어장치와 견인전동기는 차량의 추진력과 제동력을 담당하며 가감속을 조절하고, 보조전원장치는 각종 서비스 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핵심 장치다. 현대로템은 이러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미국 현지에서 품질 관리와 적기 납품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로템은 이미 미국 시장에서 다수의 실적을 쌓아왔다. 2006년 캘리포니아 2층 객차 사업을 시작으로 플로리다 2층 객차, 필라델피아 전동차, 보스턴 객차 및 덴버 전동차 사업 등을 연이어 수주했다. 지난해 1월에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교통국(LACMTA)으로부터 대규모 전동차 사업을 따내며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앞으로는 2028년 LA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전후로 미국에서 철도 인프라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HRSEA를 중심으로 북미 시장 네트워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이번 전장품 공장이 미국 철도 인프라 개선에 기여하는 전략적 거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바이 아메리카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현지화를 통해 품질과 신뢰를 동시에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