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1 (토)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맑음고산 26.8℃
  • 맑음성산 26.1℃
  • 구름조금서귀포 26.1℃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칼럼

손흥민,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한 리더의 품격

손흥민의 리더십은 화려한 말이나 포장된 이미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는 경기장 위에서, 그리고 그라운드 밖에서 천천히 신뢰를 쌓아가며 리더라는 자리를 자신의 방식으로 만들어왔다. 누군가는 그를 ‘조용한 리더’라 부르고, 또 누군가는 ‘진짜 팀의 중심’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를 정의하는 가장 정확한 말은 아마도 ‘행동으로 이끄는 사람’일 것이다.

 

 

손흥민은 늘 팀을 먼저 생각했다. 화려한 개인기를 뽐내거나 자신이 돋보이는 플레이보다, 팀이 더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선택을 우선했다. 골을 넣는 대신 수비를 돕고, 상대 진영 깊숙이 들어가기보다 동료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움직임을 택했다. 이런 희생적인 플레이는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였다. 그는 “팀이 이기면 그게 나의 기쁨”이라는 말을 경기마다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래서 토트넘 동료들은 그를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주장’으로 기억한다.

 

손흥민의 리더십은 말보다 진정성에서 비롯된다. 그는 항상 가장 먼저 뛰고, 가장 늦게까지 남는 선수였다. 경기 막판까지 숨을 몰아쉬며 압박을 이어가거나, 실패한 동료에게 먼저 다가가 등을 두드리는 장면은 수없이 목격됐다. 그에게 리더란 높은 곳에서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동료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뛰는 존재였다. 팀이 어려울 때 그는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몸으로 보여줬다. 그 진정성이 팀을 움직였다.

 

물론 그에게도 한계와 비판은 있었다. 어떤 이들은 그가 위기 상황에서 좀 더 강한 리더십, 즉 “감정적으로 팀을 흔들어 세우는 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그런 리더십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리더란 감정을 폭발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팀의 균형을 잡아주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방식은 팀의 분위기를 단단히 묶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의 리더십은 이제 경기장 안을 넘어섰다. 유럽 무대에서 10년을 보낸 그는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손흥민이 새로운 환경을 선택했다는 건 단순한 이적이 아니라 리더십의 확장이다. 그는 더 이상 한 팀의 주장이 아니라, 아시아 축구 전체의 얼굴이자 상징이 되었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이렇게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세계 팬들에게는 “아시아인도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줬다.

 

토트넘 시절 그의 마지막 시즌은 ‘리더 손흥민’을 완성시킨 시기였다. 그는 부상과 부진, 감독 교체 등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팀을 지탱했다. 승리보다 중요한 건 팀의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었고, 그는 그 중심에 있었다. 감독 안제 포스테코글루가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완벽했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리더십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드러난다.

 

이제 손흥민은 새로운 팀, 새로운 무대에서 또 다른 방식의 리더십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익숙한 환경을 떠나 낯선 곳으로 향한 그의 결정에는 두려움보다 확신이 있었다.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고, 팀이 아닌 문화와 세대 전체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지다. 그에게 리더란 단순히 경기를 이끄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을 연결하는 사람이다.

 

손흥민의 리더십은 조용하지만 강하다. 그는 앞에서 끌지 않고 옆에서 이끈다. 말로 설득하지 않고 행동으로 증명한다. 그리고 이 꾸준한 진정성이야말로, 오늘날 수많은 팀이 잃어버린 ‘리더의 본질’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손흥민은 여전히 뛰고 있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그가 앞으로 어떤 팀을 이끌든, 어떤 무대에 서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는 다시 한 번 보여줄 것이다. 리더십이란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움직이는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