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장유유서(長幼有序)’는 사회의 기둥이었다. 나이 많은 이가 존중받고, 젊은 세대는 그 권위를 배우며 따랐다. 그러나 지금의 인터넷은 그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온라인 세계에서는 나이가 아닌 정보의 속도와 표현의 능력이 힘이 된다. 타이핑이 빠르고, 트렌드를 읽는 감각이 뛰어난 젊은 세대가 온라인의 주도권을 잡는다. 반면 연륜으로 쌓은 경험과 판단은 ‘댓글 몇 줄’에 묻히기 쉽다. 인터넷이 만들어낸 세상은 나이를 ‘숫자’로만 취급한다. 유튜브나 SNS에서는 열다섯 살이 백만 구독자를 거느릴 수도 있고, 칠십대가 조회수 30을 넘기지 못해 잊혀지기도 한다.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세대 역전이다. ‘연장자’는 오랜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읽을 수 있었지만, 인터넷은 그 경험의 축적보다 즉각적인 공감과 반응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 결과, 나이가 많을수록 불리한 구조가 되어버렸다. 물론 세대 간 단절을 전적으로 인터넷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인터넷은 그 단절을 ‘가속화’시켰다. 과거에는 세대가 다르더라도 같은 마을, 같은 공간에서 부딪히며 살아야 했다. 지금은 세대별로 머무는 공간 자체가 다르다. 20대는 유튜브와 틱톡, 50대는 네이버와 카
지씨셀(공동대표 원성용·김재왕)은 ‘CD5를 표적하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 및 이를 발현하는 면역세포(Chimeric Antigen Receptor Targeting CD5 and Immune Cells Expressing Same)’에 대한 국내 특허를 획득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특허는 CD5 양성 종양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차세대 면역세포 기술로, 세포의 활성을 극대화해 항암 효능을 향상시키는 혁신적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해당 기술은 OX40 리간드(OX40L)와 인터루킨-15(IL-15)를 동시에 발현하도록 설계된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를 기반으로 한다. 이를 통해 면역세포의 생존률과 증식력을 높이고, 체내에서 더 오래 유지되며 항종양 활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구현됐다. 이러한 특징은 특히 림프구성 백혈병 등 CD5 양성 혈액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다. 지씨셀은 이번 특허가 자사의 CAR-NK 치료제 후보 ‘GCC2005’의 핵심 기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GCC2005는 NK세포의 생존성과 활성도를 동시에 높인 차별화된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 중이며, 현재 국내에서 재발성·불응성 NK 및 T세포 악성 종양 환자를
7장. 기억의 땅, 망각의 정치 전쟁이 끝난 뒤에도 총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총성은 이제 인간의 내면에서 울린다. 총은 녹슬고, 시체는 묻혔지만, 기억은 결코 매장되지 않는다. 기억은 땅속에서 자란다. 그리고 그 뿌리는 언제든 다시 피를 흡수한다. 폴 포트가 사라진 후, 캄보디아는 다시 세워졌다. 사람들은 집을 짓고, 시장을 열고, 학교를 세웠다. 그러나 그 모든 위에는 묘지가 있었다. 아이들이 뛰노는 운동장은 과거의 집단 매장지였고, 사찰의 종소리는 여전히 죽은 자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묻지 않았다. 왜냐하면 묻는다는 것은 다시 살아 있는 공포를 부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기억으로 살아가지만, 때로는 망각으로만 버틸 수 있다. 캄보디아의 재건은 돌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침묵을 정당화하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진실보다 평화를 선택했고, 정의보다 안정을 택했다. 그 침묵은 비겁함이 아니라, 생존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정부는 화해를 말했다. 그러나 화해는 언제나 정치의 언어였다. 그들은 진실을 밝히기보다, 진실을 관리했다. 법정이 열렸고, 재판이 진행되었지만, 그곳에서 다뤄진 것은 죄의 일부에 불과했다. 역사 전체를 다루기에는 인간의
4장. 식민의 시간: 신의 나라에서 식민지로 역사는 늘 누군가의 시선에서 다시 태어난다. 앙코르의 돌들이 수백 년 동안 정글 속에 잠들어 있던 그때, 그곳을 다시 ‘발견했다’고 외친 것은 캄보디아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프랑스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문명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다른 문명의 잔해를 ‘소유’하려 했다. 프랑스가 캄보디아를 식민지로 편입한 순간, 이 땅은 더 이상 신의 나라가 아니었다. 이제 그것은 ‘연구의 대상’, ‘보존의 가치’, ‘동양의 유적’이 되었다. 앙코르와트는 더 이상 믿음의 중심이 아니라, 유럽 학자들의 박물관 노트에 새겨진 ‘문명 샘플’이었다. 그들이 말한 ‘발견’은 사실상 ‘정복’의 다른 이름이었다. 식민지는 단지 영토가 아니라, 시간의 약탈이었다. 프랑스는 캄보디아의 현재를 지배했고, 그들의 과거를 재해석했으며, 그들의 미래를 설계했다. 즉, “이 나라의 역사는 당신들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언어로 쓰인다.” 이것이 식민주의의 가장 잔혹한 방식이었다. 총보다 무서운 것은 펜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는 캄보디아의 유적을 복원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정체성’을 파괴했다. 그들은 사원을 청소하고, 벽화를 복원하며, 이
1장. 문명의 강 위에 태어난 신의 나라 모든 문명에는 한 줄기의 물이 있다. 그 물은 단순한 강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믿는 방식의 근원이 된다. 캄보디아의 문명도 그러했다. 메콩강은 단지 농업의 젖줄이 아니라, 신과 인간이 타협한 경계선이었다. 사람들은 강이 범람할 때 신의 숨결을 느꼈고, 강이 마를 때 인간의 죄를 떠올렸다. 문명은 늘 신의 뜻을 해석하는 인간의 집착에서 시작된다. 약 2천 년 전, 이 강의 주변에서 소규모 공동체들이 모여 살았다. 그들은 별다른 왕도, 신전도 없이 물과 흙, 햇살을 나누며 생존했다. 그러나 생존이 안정되면 인간은 곧 ‘의미’를 원한다. 그 의미를 가장 빠르게 제공해주는 것은 ‘보이지 않는 권위’, 즉 신이었다. 신을 믿기 시작한 순간, 인간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설명 가능한 존재’가 되었다. 이것이 문명의 시작이었다. 초기의 캄보디아 왕들은 신이 아닌 인간이었지만, 신의 언어를 독점하면서 신이 되었다. 그들은 강의 물결을 다스릴 수 없었지만, 그 물결을 ‘의식’으로 다스리는 척할 수 있었다. 홍수와 가뭄이 반복될 때, 백성들은 자연을 탓하지 않았다. 그들은 “신이 노했다”고 말했고, 그 신은 곧 왕이었다. 왕권은
해양경찰청(청장 김용진)은 법무부와 협력해 필리핀 국적의 국내 최대 규모 코카인 밀반입 사범 A씨를 아르헨티나에서 국내로 송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송환은 해양경찰청이 2025년 4월 2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입수한 첩보를 토대로 진행된 대규모 마약 밀반입 수사와 관련이 있다. 당시 수사팀은 강릉 옥계항에 입항해 정박 중이던 벌크선 B호(3만2천 톤급)를 수색하던 중, 1kg 단위로 진공 포장된 코카인 1,690개, 총 약 1.7톤을 발견했다. 이는 국내에서 적발된 코카인 밀반입 사건 중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A씨는 해당 코카인 밀반입 조직의 핵심 공범 중 한 명으로, 사건 직후인 2025년 3월 국외로 도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경찰청은 같은 해 5월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고, 이후 7월 3일 인터폴 국가중앙사무국을 통해 아르헨티나 사법당국이 A씨를 현지에서 검거한 사실을 통보받았다. 법무부는 아르헨티나 정부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공식 제출했으며, 아르헨티나 사법당국이 이를 승인함에 따라 양국 간 긴밀한 공조 끝에 송환이 이루어졌다. 해양경찰청과 법무부로 구성된 합동 송환팀은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A씨를 국내로 압송했다. 해양경
라그랑주(Lagrange, LA)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AI 모델의 결과가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를 검증하기 위해 만들어진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기존 AI 시스템은 결과를 생성하지만, 그 과정이 블랙박스처럼 닫혀 있어 외부에서는 내부 연산이 올바른지 확인하기 어렵다. 라그랑주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지식증명(Zero Knowledge Proof, ZK) 기술을 도입했다. 이 기술을 통해 AI 모델의 연산 과정을 노출하지 않고도, 결과가 신뢰할 만하다는 사실을 블록체인 상에서 증명할 수 있다. 라그랑주는 블록체인의 확장성과 검증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프로젝트는 ZK 프로버 네트워크(ZK Prover Network)와 ZK 코프로세서(Coprocessor)를 중심으로, 대규모 연산을 오프체인에서 처리한 뒤 체인 위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검증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총발행량 라그랑주의 네이티브 토큰은 LA이며, 생태계 내에서 증명 수수료 지불, 프로버 보상, 스테이킹, 거버넌스 참여 등에 사용된다. 공식 문서에 따르면 총 발행량은 10억 개(1,000,000,000 LA) 로 설정되어 있으며, 이
Google Threat Intelligence Group(GTIG)은 북한 연계 해킹조직 UNC5342가 ‘이더하이딩(EtherHiding)’으로 불리는 새로운 공격 기법을 활용해 암호화폐 탈취 및 민감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인 정황을 포착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GTIG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탈중앙화 네트워크를 악용해 악성코드 명령을 숨기는 ‘이더하이딩’ 기법이 국가 지원 해킹조직에 의해 실제로 사용된 사례를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UNC5342는 보안업체 팔로알토 네트웍스(Palo Alto Networks)가 ‘컨테이저스 인터뷰(Contagious Interview)’라고 명명한 소셜 엔지니어링 기반 공격 캠페인을 수행했다. 이들은 주로 개발자나 보안 연구자를 대상으로 가짜 인터뷰나 협업 제안을 보내 피해자가 스스로 악성코드를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GTIG 분석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윈도(Windows), 맥OS(macOS), 리눅스(Linux) 등 다양한 운영체제에 영향을 미치는 다단계 감염 구조로 설계됐다. 공격자는 블록체인에 저장된 악성코드를 ‘변경 불가능한(read-only)’ 형태로 불러와 익명으로 명령을 전달했고, 이를 통해 보
외교부는 오는 10월 19일(일) 오후 4시부터 「외교부 2030자문단 하반기 워크숍」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워크숍은 지난 2년간의 자문단 활동 성과를 돌아보고, 그간의 여정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행사에는 외교부 2030자문단 1기와 2기 단원, 청년·지방민생외교팀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이번 워크숍은 ▲자문단 활동 검토 및 환류 ▲정책제언서 및 활동모음집 제작 논의 ▲1·2기 간 네트워킹 등 세 가지 세션으로 구성된다. 참석자들은 지난 2년간의 자문 및 정책 제언 활동을 종합 점검하고, 청년 외교정책 제안의 주요 성과를 정리한 정책제언서와 활동모음집(가칭)의 제작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1기와 2기 단원 간 교류를 통해 청년 외교참여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도 모색한다. 외교부 2030자문단은 청년세대의 시각에서 외교정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2024년 출범한 청년 자문기구다. 자문단은 ▲공공외교·홍보 ▲재외동포·영사 ▲국제개발협력 ▲지방민생·경제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돼 있으며, 각 분과에서 제안과 토론을 통해 청년의 관점을 외교정책에 반영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난 2년간 자문단을 이끌어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 브카시(Bekasi)에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을 구축하며 지속 가능한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현대차는 16일(현지시간) 브카시 현지에서 ‘지역주민 주도형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 개소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방현철 현대차 인도네시아 생산법인(HMMI) 법인장, 데디 물야디(Dedi Mulyadi) 서자바주 주지사, 마틸다 앙투아네트 부이산(Mathilda Antoinette Buisan) 굿네이버스 인도네시아 대표 등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다. 인도네시아는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 증가로 세계 3위 수준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하는 국가로, 이에 따른 환경오염과 사회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22년 브카시에 리사이클링 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 플라스틱 자원순환시설을 추가 개소하며 지역 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자원순환시설은 단순한 폐기물 수거를 넘어 △폐플라스틱 수거 △세척 및 분쇄 △재생 원료 생산 및 판매 등 전 과정을 수행하는 ‘순환형 자원관리 거점’으로 설계됐다. 여기에 지역주민 대상 환경 교육, 재활용 굿즈 제작 등 기존 리사이클링 센터의 기능도 함께 수행해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