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더 이상 단순한 스포츠 스타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의 이름은 기록과 숫자를 넘어선 상징이 되었고, 이는 곧 문화적 자본으로서의 힘으로 확장된다. 골을 넣고 승리를 이끌어내는 순간만으로도 사람들의 환호를 이끌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파급력은 경기장의 경계를 가볍게 넘어선다. 손흥민이라는 존재는 스포츠를 통한 성취를 넘어, 한국 사회와 세계 문화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다시 묻게 한다. 스포츠는 오래전부터 국가적 자부심을 형성하는 주요 무대였다. 올림픽, 월드컵 같은 국제대회에서의 성과는 국경을 초월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가졌다. 손흥민은 이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한층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각인시켰다. 그는 승리를 통해 자부심을 선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축구라는 세계 공용 언어 속에서 한국인의 얼굴을 각인시켰다. 유럽 리그 무대에서 손흥민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한국이라는 국가의 문화적 무게가 함께 불린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문화적 자산이 되어 사회 전체로 흘러든다. 문화적 자본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넘어선다. 어떤 인물이나 사건이 사회적으로 지니는 상징적 힘, 그리고 그 힘이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태도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일상의 중심이 된 지 오래다. 그만큼 한 사람의 흔적은 물리적 공간보다 디지털 공간에 더 많이 남는다. 이메일, 소셜미디어, 클라우드 저장소, 메신저 대화, 온라인 쇼핑 기록, 사진과 영상까지. 생전에 무심코 쌓아온 이 모든 데이터는 개인의 사생활과 관계망, 소비 패턴, 심지어는 금융 정보까지 포함한다. 그런데 그 방대한 기록은 당사자가 세상을 떠난 이후 어떻게 처리될까. 최근 주목받는 개념이 ‘디지털세탁소’다. 물리적 세탁소가 옷의 얼룩을 지우듯, 디지털세탁소는 온라인상의 흔적을 정리하거나 삭제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의뢰인은 생전에 미리 자신의 온라인 계정과 콘텐츠를 정리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사후에 유족이 대신 서비스를 신청한다. 목적은 다양하다. 사생활 보호, 명예 관리, 그리고 단순한 데이터 정리까지. 디지털세탁소의 주요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계정 삭제와 비활성화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같은 SNS 계정은 물론, 네이버나 구글 같은 포털 계정까지 포함된다. 플랫폼마다 사망자 계정 처리 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 처리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둘째, 저장된 콘텐츠 정리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보관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60세나 65세쯤을 생각한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100세에 육박하는 지금, 60대 은퇴는 오히려 ‘인생 후반전의 시작’일 뿐이다. 문제는 이 후반전이 30~40년이나 이어진다는 점이다. 준비 없이 맞이한 은퇴는 긴 시간 동안 경제적·정서적 압박을 안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준비의 마지노선은 대개 50대에 형성된다. 50대는 경제적·사회적·건강적 측면에서 인생의 전환점이자 골든타임이다. 우선 경제적으로 보면, 이 시기는 대다수가 소득의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다. 자녀 교육비, 주택 대출, 생활비로 지출이 많지만 동시에 앞으로 몇 년간은 정기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구간이기도 하다. 이 기간 동안 노후자금을 얼마나 마련하느냐가 은퇴 이후의 삶을 결정짓는다. 40대까지는 시간이 해결해주던 복리 효과가 50대에는 크게 줄어든다. 남은 시간은 길지 않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50대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절정이기도 하다. 직장에서 쌓아온 경력과 인맥이 살아 있는 마지막 시기다. 은퇴 이후에도 활용할 수 있는 2차 커리어의 기반은 이때 다져야 한다. 50대에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작은 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는 영화 속 이야기 같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AI가 요약한 뉴스를 읽고, AI가 짜준 일정표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회사에서는 AI가 만든 보고서를 검토하고, 집에서는 AI가 추천한 레시피로 저녁을 차린다. AI는 마치 공기처럼 우리 생활에 스며들어 있다. 버튼 하나로 복잡한 분석이 끝나고, 몇 초 만에 고품질 이미지와 글이 생성된다. 겉으로 보면 인간은 분명 더 효율적이고, 더 창의적인 시대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산성은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다. 예전에는 하루 종일 걸리던 보고서 작성이 이제는 몇 시간, 심지어 몇 분이면 가능하다. 데이터 분석, 디자인, 음악 작곡, 영상 편집까지 AI가 지원하는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이런 기술을 잘 활용하면 혼자서도 작은 회사를 운영할 만큼의 역량을 갖출 수 있다. 기술이 ‘확장된 두뇌’ 역할을 하면서, 개인의 한계를 뛰어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편리함 뒤에는 보이지 않는 위험도 있다.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고, 판단을 AI에 맡기는 습관이 굳어지는 것이다. 검색과 요약, 분석까지 AI가 대신해 주면, 우리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유로, 금 등 가치가 안정적인 자산에 연동된 디지털 화폐다. 비트코인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격이 출렁이는 자산과 달리, 1 USDT(테더)는 언제나 1달러 안팎의 가치를 유지한다. 이 안정성이야말로 변동성에 지친 투자자, 그리고 글로벌 결제·송금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가 경계를 넘어 단 몇 초 만에 송금이 가능하다. 국제 송금 수수료를 받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위협이지만, 중소 수출기업, 해외 근로자, 프리랜서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특히 은행 계좌가 없는 국가에서도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다면 디지털 달러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는 전통 금융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의 경제 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미국 달러는 오랫동안 세계 기축통화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달러’처럼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USDT, USDC 등은 신흥국에서 자국 통화 대신 가치 저장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경제 불안정 국가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달러 현금’이자 인플레이션 회피처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안정성이라는 이름 뒤에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법정
백화점 명품관 앞에 길게 줄 서는 장면은 더 이상 소비의 전형을 설명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패턴은 뚜렷하게 변했다. 그들은 고가의 가방이나 시계를 사는 대신, 같은 금액을 들여 해외 여행을 다녀오거나, 유명 작가의 전시에 입장하거나, 대형 음악 페스티벌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을 택한다. 물건을 소유하는 만족감보다, ‘경험’을 통해 얻는 순간의 감정과 이를 기록·공유하는 과정에서 오는 만족이 훨씬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 소비는 단순한 유흥의 문제가 아니다. SNS 시대, 경험은 곧 ‘콘텐츠’이고, 콘텐츠는 곧 개인의 브랜드다. MZ세대에게 ‘내가 무엇을 가졌는가’보다 ‘내가 무엇을 경험했는가’가 더 강력한 자기 표현 수단이 된다.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명품 가방을 꺼내 보이는 대신, “저번에 다녀온 아이슬란드 오로라 여행”이나 “3시간 줄 서서 들어간 미술 전시”를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인상적이다. 이 변화는 중고·렌탈 시장의 급성장과도 맞물린다. 소유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비싼 물건은 빌려 쓰거나, 필요할 때만 구입하고 곧 되파는 것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 국내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의 월간 이용자는
안경을 처음 쓰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멀리 보이는 간판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나뭇가지 위 잎사귀의 결까지 보이던 그 놀라움. 그 전까지도 ‘잘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흐릿한 세상을 보고 있었던 거다. 안경은 눈이 가진 한계를 보완해 주고, 왜곡 없이 사물을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안경이 언제나 진실을 보여준다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이다. 렌즈에 흠집이 나 있거나 색이 입혀져 있다면 세상은 또 다른 모양으로 보인다. 언론도 그렇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은 대개 언론이 제공하는 기사, 화면, 자막 속에 있다. 그 창이 깨끗하다면 세상을 비교적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창에 먼지가 끼거나, 의도적으로 색이 칠해져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세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흐릿한 시야에 오래 익숙해지면 스스로 그 상태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안경 없이 살아온 사람이 ‘나는 잘 보인다’고 착각하듯, 왜곡된 정보 속에 오래 머문 사람은 그것이 진실이라 믿는다. 이때는 오히려 또렷한 화면을 보여주면 ‘이상하다’고 반발하기도 한다. 눈이 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거다. 좋은
2025년 8월 1일, 한국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코스피는 하루 새 3.88% 하락했고, 코스닥 역시 4% 넘게 떨어졌다. 숫자로는 하루짜리 조정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시장에 남은 여운은 단순한 낙폭 그 이상이었다. 하루 전 발표된 세제개편안이 불씨였다. 정부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추고,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율을 상향 조정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형평성과 공정 과세 원칙, 그리고 고소득 금융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표방해온 기조이기도 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에 집중된 자산을 금융시장으로 유도하되, 그 안에서도 과세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성장을 독려하되, 과세 정의를 놓치지 않겠다는 시그널이기도 했다. 일종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정책 실험’이자, 자본시장과 조세정책 사이 균형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시장은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반응했다. 발표 직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1조 원 넘는 매물을 쏟아냈고,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다. 기관 투자자들도 뒤를 따랐고,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시적인 혼란과 불안이 확산됐다. 그 이유는 정책의 내용 자체라기보다는,
요즘 들어 부쩍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충분히 잠을 자고, 특별한 질병도 없는데도 늘 지친 듯한 느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피곤하고, 아무리 쉬어도 개운하지 않다는 말은 이제 익숙한 일상 언어가 되었다. 심지어 푹 자고 일어난 주말 아침에도 “오늘 너무 피곤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과연 이 피로는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전문가들은 이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를 가리켜 ‘가짜 피로감(Fake Fatigue)’이라 부른다. 겉보기에는 멀쩡한데도 머리와 몸이 무거운 느낌, 이는 육체적 피로가 아니라 정서적 과부하 상태에서 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몸이 아니라 마음이 지쳐 있는 상태다. 가짜 피로감은 현대인의 일상 구조와 깊은 관련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끝나는 하루, 수십 개의 채팅방과 알림, 끊임없이 밀려오는 영상과 정보, 타인의 삶이 끊임없이 업로드되는 SNS. 우리는 매 순간 비교당하고, 반응하고, 해석하고, 무엇보다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신을 곤두세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뇌는 긴장 상태를 유지한 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지침’이라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게 바로 우리가 느끼는 ‘피곤함’이다.
최근 소비 트렌드의 키워드 중 하나는 ‘토핑경제(Topping Economy)’다. 이는 소비자가 단순히 완성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다양한 옵션과 요소를 조합해 하나의 제품을 완성하는 흐름을 의미한다. 마치 마라탕이나 요거트를 주문할 때 원하는 재료를 선택하는 것처럼, 이제 소비자는 스스로 제품의 공동 설계자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화제를 모은 컴포즈커피의 ‘컴포즈콤보’를 들 수 있다. 고객이 기본 음료를 고른 뒤 시럽, 토핑, 휘핑크림, 사이즈 등 다양한 옵션을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메뉴다. 이 서비스는 출시와 동시에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관련 바이럴 영상은 단 3일 만에 1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단순한 커피 한 잔이 아닌 ‘나만의 레시피’를 완성하는 경험이 소비자들에게 강한 만족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토핑경제는 단순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넘겨주고, 그 선택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형성하도록 유도한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자신이 고른 토핑이 한 스쿱의 평범한 아이스크림을 특별한 디저트로 만들어 주듯, 소비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