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 자영업자들의 일상은 배달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매장에 손님이 줄어든 대신, 앱 주문이 쏟아졌다. 한때는 ‘구세주’ 같았던 배달앱이 이제는 ‘족쇄’로 느껴진다는 자영업자의 푸념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높은 수수료, 광고비 부담, 그리고 플랫폼 의존도 심화가 원인이다. 자영업자의 생존은 배달앱의 알고리즘에 좌우되고, 광고비를 더 쓰는 매장이 노출 우위를 점하면서 공정성 논란도 커졌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배달앱 의존에서 벗어나 독립 플랫폼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선 배달앱 의존의 구조적 원인을 짚을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앱에서 다양한 음식점, 편리한 결제, 빠른 배달을 누릴 수 있다. 이런 네트워크 효과는 ‘편리함’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작동한다. 반대로 자영업자는 개별적으로 앱 밖에서 고객을 모으기 힘들다. 기존 손님들에게 직거래를 권해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한 번의 터치로 모든 게 해결되는 앱을 선호한다. 결국 앱에 입점하지 않으면 고객 접근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다. “나만 탈퇴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일부 자영업자들은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자체 앱을 개발하거나, 지역 단위 협동조합 형태로 소상공인 배달 플랫폼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앱 개발·운영 비용이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소비자 유입이 쉽지 않다. 배달앱 대기업들이 이미 수백만 이용자를 확보한 상황에서, 영세한 독립 플랫폼이 경쟁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배민 탈퇴 운동’을 벌였던 일부 업주조차 결국 다시 복귀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독립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잡지 못한 셈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 첫째, 조건부 독립 전략이다. 완전한 탈퇴가 아니라,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자체 주문 채널’을 병행 운영하는 방식이다. 단골 고객에게는 카카오톡, 네이버 예약, 자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주문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고, 소액 쿠폰이나 무료 음료 같은 혜택을 얹어준다. 이렇게 앱 외부 매출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면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다. 물론 전체 매출을 대체할 순 없지만,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첫걸음은 될 수 있다.
둘째, 지역 기반 협력 모델이다. 한 집의 독립은 불가능하지만, 여러 업소가 모여 지역 단위 플랫폼을 구축하면 가능성이 커진다. 일부 지자체가 지원하는 공공 배달앱이 이런 취지에서 탄생했다. 수수료를 낮추고, 지역 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다만 성공 여부는 ‘사용자 경험’에 달려 있다. 소비자가 편리함을 느껴야만 참여가 늘어난다. 자영업자들의 결속력과 지자체의 적극적 마케팅이 함께 필요하다.
셋째, 브랜딩과 콘텐츠화다. 단순히 앱에 메뉴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 스스로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 예를 들어 가게만의 스토리, 조리 과정, 고객 후기 등을 쇼츠나 SNS로 꾸준히 발신하는 것이다. 고객이 “이 집은 꼭 앱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찾아야겠다”라는 마음을 가지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물론 이 또한 쉬운 길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밖 자생력’을 키우는 핵심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사회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플랫폼 시장의 독점 구조는 개인의 힘으로 깨기 어렵다. 공정한 수수료 체계, 광고비 규제, 소상공인 보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소비자들 역시 ‘편리함’ 뒤에 숨은 자영업자의 고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플랫폼에 종속된 구조에서는 결국 영세 상인이 가장 먼저 희생된다.
결국 답은 단순하지 않다. 플랫폼 독립은 쉽지 않지만, 부분적 탈출과 다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소상공인 스스로도 새로운 판을 짜야 하고, 지역사회와 정부의 뒷받침도 필수다. 배달앱이 가져다준 편리함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것만으로는 건강한 자영업 생태계가 지속될 수 없다. 진정한 독립은 앱에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안팎 어디서든 버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한국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