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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AI가 예술가가 되고, 경영자가 되다 — NFT와 인공지능의 위험한 동거

 

NFT 시장은 한때의 유행을 넘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단순히 JPEG 파일을 소유하는 시대는 끝났고, 지금은 AI와 NFT의 융합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다시 흔들고 있다. 이 조합은 단순한 기술 결합이 아니다. 예술, 수익, 소유권, 그리고 인간의 창작권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동반하는 실험이 되고 있다.

 

첫째, 이제 AI는 예술가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AI는 더 이상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조력자가 아니다. 텍스트 몇 줄만 입력하면 AI는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미적 결과물을 내놓는다. 이 이미지들은 NFT로 민팅되어 블록체인에 등록된다. 더 놀라운 점은 이 과정 전체가 사람의 손을 거의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AI가 만든 그림을 또 다른 AI가 민팅하고, 마케팅하고, 판매하고, 수익까지 관리하는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다.
이때 우리는 묻게 된다. 과연 이 예술의 창작자는 누구인가. 명령을 내린 인간인가, 알고리즘 그 자체인가.

 

둘째, DAO와의 결합은 이 흐름을 더 강력하게 만든다.
DAO는 탈중앙화 자율조직이다. 즉, 누군가가 통제하지 않아도 다수의 참여자가 투표로 의사결정을 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AI가 창작한 NFT 콘텐츠가 결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를 들어, AI가 매달 10개의 예술 작품을 만들고, DAO 구성원들이 어떤 작품을 민팅하고, 어떤 플랫폼에 올릴지를 투표로 정한다. 수익이 발생하면 이 또한 스마트컨트랙트로 자동 분배된다.
인간은 여기서 플랫폼의 일부일 뿐이며, AI와 DAO가 콘텐츠 제작과 수익구조를 사실상 주도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셋째, 이 흐름은 창작자의 정체성을 해체하고 있다.
과거에는 예술가가 작품을 만들고, 팬이나 구매자가 그것을 소비했다. 그러나 AI NFT 생태계에서는 창작, 마케팅, 유통, 판매가 전부 기계의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그 결과, 예술가라는 존재는 경계가 흐려지고,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고유성을 지키기 위해 더 극단적인 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
심지어 일부 프로젝트는 AI가 이전 수익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잘 팔릴 스타일의 아트웍을 알아서 만들어 NFT로 발행한다. 이쯤 되면 예술은 표현이 아니라 상품이 되고, 창작은 감정이 아니라 알고리즘으로 바뀐다.

 

넷째, 법과 윤리는 아직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AI가 만든 그림은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DAO가 선택한 작품에서 법적 책임은 누가 지는가. NFT 플랫폼이 탈중앙화되어 있다면 사기나 도용 발생 시 해결 주체는 누구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기술은 너무 빨리 발전하고,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결국 이 생태계는 리스크를 전제로 작동하는 실험실과도 같다. 자유롭고 혁신적인 공간인 동시에, 불확실성과 책임 공백의 공간이기도 하다.

 

다섯째, NFT와 AI의 결합은 창작의 민주화인가, 기계에 의한 잠식인가.
누구나 AI 도구를 통해 예술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NFT 플랫폼을 통해 판매자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창작의 문턱을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 문턱이 너무 낮아졌을 때, 진짜 예술은 무엇으로 구분되는가.
좋은 작품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창작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만이 던질 수 있는 숙제로 남는다.

 

결국, AI와 NFT는 예술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도 있고, 더 공허하게 만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도구가 아니라 태도다.
기술은 인간을 도와야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되어선 안 된다.
NFT가 진정한 예술의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정과 철학이 빠지지 않은 채로 기술을 운용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