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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경과 언론, 그리고 보는 눈

 

안경을 처음 쓰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멀리 보이는 간판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나뭇가지 위 잎사귀의 결까지 보이던 그 놀라움.
그 전까지도 ‘잘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흐릿한 세상을 보고 있었던 거다.
안경은 눈이 가진 한계를 보완해 주고, 왜곡 없이 사물을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안경이 언제나 진실을 보여준다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이다.
렌즈에 흠집이 나 있거나 색이 입혀져 있다면 세상은 또 다른 모양으로 보인다.

 

언론도 그렇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은 대개 언론이 제공하는 기사, 화면, 자막 속에 있다.
그 창이 깨끗하다면 세상을 비교적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창에 먼지가 끼거나, 의도적으로 색이 칠해져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세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흐릿한 시야에 오래 익숙해지면 스스로 그 상태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안경 없이 살아온 사람이 ‘나는 잘 보인다’고 착각하듯,
왜곡된 정보 속에 오래 머문 사람은 그것이 진실이라 믿는다.
이때는 오히려 또렷한 화면을 보여주면 ‘이상하다’고 반발하기도 한다.
눈이 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거다.

 

좋은 안경은 눈을 편안하게 하고, 사물을 사실에 가깝게 보여준다.
좋은 언론은 감정의 과잉 대신 맥락과 근거를 담아 세상을 보여준다.
반대로 왜곡된 안경은 시력을 더 나쁘게 만들고,
왜곡된 언론은 판단력을 무디게 한다.
눈이 한 번 잘못 길들여지면, 다시 바로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왜곡된 정보에 길든 사고방식도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언론을 읽는다는 건 결국 ‘어떤 안경을 쓰고 있는가’의 문제다.
렌즈가 깨끗한지, 색이 입혀져 있지는 않은지,
광고 문구나 장식에 가려 시야가 좁아지진 않았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때로는 안경을 벗고 맨눈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인터넷의 다른 자료를 찾아보고, 외국 언론이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일 말이다.

 

시력은 눈을 오래 쓰면서 조금씩 변하듯,
언론에 대한 시각도 계속 변한다.
처음엔 잘 보이던 렌즈도 시간이 지나면 도수가 맞지 않게 된다.
그때는 주저하지 말고 새 렌즈로 갈아껴야 한다.
세상은 늘 움직이고, 진실은 종종 모양을 바꾸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언론은 우리의 눈이다.
하지만 그 눈이 빛을 올바르게 굴절시키려면,
스스로 관리하고 점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은 언제든 흐릿해지고, 때로는 전혀 다른 색으로 물들어버린다.

 

결국, 진실을 본다는 건 좋은 안경을 고르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안경이 정말 좋은지 확인하는 일은,
언론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