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고려의 건국과 태조 왕건 고려는 단순히 하나의 왕조가 아니었다. 그것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고, 다양한 세력들이 충돌하고 융합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신라의 기나긴 역사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새로운 시대가 필요했다. 고려는 그 혼란의 시대 속에서 등장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왕건. 그는 단순한 군주가 아니었다. 그는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그 나라가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 개국 군주였다. 그의 꿈은 단순한 정복이 아니었다. 그는 혼란을 하나로 모으고, 부서진 것들을 다시 잇는 사람이었다. 고려 건국의 배경 후삼국 시대와 고려의 등장 10세기 초, 한반도는 다시 세 개의 나라로 나뉘어 있었다. 오랫동안 존속해 온 신라는 더 이상 예전의 신라가 아니었다. 왕권은 약해졌고, 귀족들의 권력이 강해졌다. 백성들은 신라를 버렸고, 새로운 나라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틈을 타서 등장한 것이 후고구려(태봉)와 후백제였다. 후백제는 견훤이 세웠다. 그는 신라의 장군이었으나, 신라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신라를 배신했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었다. 후백제는 한반도의 서남부를 차지하며 강한 군사력
1. 선사시대 땅 위의 오래된 발자국 아주 오래전, 한반도의 산과 강에는 지금과는 다른 시간이 흘렀다. 계절은 돌고 돌았고, 사람들은 그 계절을 따라 떠돌았다. 사냥을 하고, 열매를 따고, 물가에 움집을 짓고 살았다. 그들은 먼 훗날 우리가 ‘구석기인’이라고 부르게 될 사람들이었다. 구석기 시대의 사람들은 날카로운 돌을 쪼개 도구를 만들고, 동굴과 바위 아래에서 거센 바람과 추위를 피했다. 먹을 것이 부족하면 다른 땅을 찾아 떠났다. 한반도 곳곳에서 발견된 주먹도끼와 긁개, 그리고 불을 사용한 흔적들이 그들의 흔들리는 삶을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은 더 이상 떠돌기만 하지 않았다. 땅에 머무르며 씨앗을 뿌리고, 기다렸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자신이 심은 곡식들이 자라는 것을 보았다. 강가와 바닷가에서는 조개를 캐고, 그 조개껍질이 산처럼 쌓였다. 이즈음, 사람들은 흙을 빚어 토기를 만들었다. 불에 구운 토기에는 손으로 눌러 만든 무늬가 남았고, 그 무늬는 신석기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신석기 사람들은 강가에 움집을 짓고 한곳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돌도구는 더욱 정교해졌고, 낚시를 위한 그물추와 뼈바늘이 등장했다. 그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