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고려 말의 풍경은 끝이 가까웠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 노인의 얼굴과도 같았다. 산과 강은 그대로였지만, 사람들의 마음속 질서는 이미 무너져 있었고, 나라의 기둥이었던 토지는 이미 몇몇 자의 손에 집중돼 있었다. 농민은 밭에서 밀려났고, 관리는 절에 뇌물을 바치고, 사찰은 땅을 늘렸다. 그것은 나라가 아니라 거대한 사유재산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이성계는 그 틈을 정확히 읽었다. 명나라의 부름을 받은 출정길에서, 그는 칼을 거두었다. 위화도에서 회군한 그는 '충신'에서 '역적'이 되었고, 곧 ‘새로운 왕조의 개창자’가 되었다. 1392년, 고려가 내려앉고 조선이 세워졌다. 조선은 ‘이성계의 나라’로 기억되지만, 초반의 설계자는 정도전이었다. 그는 고려의 귀족 정치를 끝내고, 새로 태어나는 나라에 ‘신권 중심의 유교 국가’를 꿈꾸었다. 고려가 왕실과 불교의 나라였다면, 조선은 문신과 유교의 나라였다. 정도전은 국호를 ‘조선’으로 정했고, 수도를 개경에서 한양으로 옮겼다. 그는 법전을 만들고, 종묘와 사직의 틀을 새로 세웠으며, 무엇보다 왕이 절대 권력을 갖지 못하도록 신하의 권한을 분산시켰다. 그는 이 나라의 미래를, 한 사람의 힘이 아니라 제도로
1. 선사시대 땅 위의 오래된 발자국 아주 오래전, 한반도의 산과 강에는 지금과는 다른 시간이 흘렀다. 계절은 돌고 돌았고, 사람들은 그 계절을 따라 떠돌았다. 사냥을 하고, 열매를 따고, 물가에 움집을 짓고 살았다. 그들은 먼 훗날 우리가 ‘구석기인’이라고 부르게 될 사람들이었다. 구석기 시대의 사람들은 날카로운 돌을 쪼개 도구를 만들고, 동굴과 바위 아래에서 거센 바람과 추위를 피했다. 먹을 것이 부족하면 다른 땅을 찾아 떠났다. 한반도 곳곳에서 발견된 주먹도끼와 긁개, 그리고 불을 사용한 흔적들이 그들의 흔들리는 삶을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은 더 이상 떠돌기만 하지 않았다. 땅에 머무르며 씨앗을 뿌리고, 기다렸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자신이 심은 곡식들이 자라는 것을 보았다. 강가와 바닷가에서는 조개를 캐고, 그 조개껍질이 산처럼 쌓였다. 이즈음, 사람들은 흙을 빚어 토기를 만들었다. 불에 구운 토기에는 손으로 눌러 만든 무늬가 남았고, 그 무늬는 신석기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신석기 사람들은 강가에 움집을 짓고 한곳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돌도구는 더욱 정교해졌고, 낚시를 위한 그물추와 뼈바늘이 등장했다. 그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