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에 끝내는 러시아사 이야기1
서막 시베리아의 설원에서, 인류사의 한복판까지 러시아를 이해하려면, 지도를 거꾸로 봐야 한다. 흔히들 유럽의 끝자락에 붙은 커다란 나라로 보지만, 실제로는 유럽이 러시아의 한 모서리에 끼워져 있는 것이다. 남한의 170배가 넘는 면적, 인간이 살기 힘든 혹한과 침묵의 땅. 이곳에서 제국은 태어났다. 흥미로운 건, 이 제국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살아왔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역사는 곧 정체성의 역사다. 그들은 한 번도 '러시아인답게'만 살아보지 못했다. 처음엔 바이킹이었고, 그다음은 몽골의 속국이었다. 정교회를 받아들이면서는 비잔틴의 후계자라는 환상을 가졌고, 서구의 문명을 받아들이자 유럽인과 경쟁하려 했다. 스탈린 시대에는 '공산주의 인류'로 자신을 정의했으며, 오늘날 푸틴의 러시아는 또다시 제국의 망령을 꺼내들고 있다. 러시아는 마치 끊임없이 다른 옷을 갈아입는 배우 같다. 무대는 바뀌지 않는데, 주인공의 분장은 늘 달라진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다. “왜 러시아는 늘 제국이 되려 했는가?” “왜 러시아인들은 권력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숭배했는가?” 그리고, “그들에게 국가는 어디까지가 보호자이고 어디까지가 감시자인가?” 이
- 헤드라인경제신문 기자
- 2025-05-25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