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2 (토)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구름많음고산 26.4℃
  • 구름많음성산 26.1℃
  • 흐림서귀포 27.7℃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칼럼

「K-컬처 그라데이션」: 한류는 지금 ‘선명함’보다 ‘스며듦’을 택했다

한때, K-컬처는 ‘돌풍’이었다. K-팝의 칼군무, K-드라마의 막장 스토리, 그리고 BTS라는 기적. 세계는 한류를 ‘센세이션’으로 기억했다. 그러나 지금의 K-컬처는 예전처럼 선명하지 않다. 오히려 흐릿하고, 천천히 스며든다. 이는 몰락이 아니라, 그라데이션의 전략이다.

 

 

과거의 한류는 ‘한국다움’의 강조에 기반했다. 낯선 언어, 독특한 유머 코드, 과한 감정선조차도 브랜드가 되었다. 하지만 2020년대 중반의 K-컬처는 더 이상 “한국적인 것을 세계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세계적인 감각 안에 한국을 녹여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자. 더 이상 ‘오징어게임’처럼 분명한 문화적 충격을 주기보다, ‘마이데몬’이나 ‘종말의 바보’처럼 장르 안에서 조용히 한국을 침투시킨다. BTS 이후의 K-팝 그룹들 또한 비슷하다. 이들은 전통적인 한국 정체성보다는 글로벌 퍼포머로서 자신을 정의한다. 노래는 영어로, 안무는 미국식 자유로움으로, 그러나 그 안에 ‘훈련된 완성도’라는 한국의 강박이 배어있다.

 

이것이 바로 ‘그라데이션’이다. 전통적인 문화 확산이 강렬한 색채의 붓질이었다면, 지금의 K-컬처는 얇은 안개처럼, 여러 국가의 정서에 겹겹이 스며들고 있다. 단일 민족의 콘텐츠가 아니라, 다국적 감성을 담은 협업의 산물로 재정의되는 것이다.

 

이 흐름은 단지 콘텐츠 수출 전략의 변화가 아니다. K-컬처 소비자 역시 변화했다. 예전에는 “한국이 좋아서” 소비했다면, 지금은 “내 취향 안에 자연스레 있으니까” 소비한다. 한국 콘텐츠는 더 이상 “국적 있는 콘텐츠”가 아니다. 언어 장벽은 낮아지고, 번역은 세련되었고, 서사 구조는 보편화되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한국다움’의 고유함이 흐릿해졌다는 지적은 일리 있다. 하지만 K-컬처의 목표가 ‘우리가 누구인가’를 외치는 것에서 ‘우리가 누구든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제안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 흐릿함 속에서 한국은 스스로를 숨기기보다, 더 깊이 스며들고 있다.

 

그라데이션은 조용하지만, 가장 넓게 번지는 색이다.
지금의 한류는, 그 조용한 변화의 정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