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 자영업자들의 일상은 배달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매장에 손님이 줄어든 대신, 앱 주문이 쏟아졌다. 한때는 ‘구세주’ 같았던 배달앱이 이제는 ‘족쇄’로 느껴진다는 자영업자의 푸념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높은 수수료, 광고비 부담, 그리고 플랫폼 의존도 심화가 원인이다. 자영업자의 생존은 배달앱의 알고리즘에 좌우되고, 광고비를 더 쓰는 매장이 노출 우위를 점하면서 공정성 논란도 커졌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배달앱 의존에서 벗어나 독립 플랫폼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선 배달앱 의존의 구조적 원인을 짚을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앱에서 다양한 음식점, 편리한 결제, 빠른 배달을 누릴 수 있다. 이런 네트워크 효과는 ‘편리함’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작동한다. 반대로 자영업자는 개별적으로 앱 밖에서 고객을 모으기 힘들다. 기존 손님들에게 직거래를 권해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한 번의 터치로 모든 게 해결되는 앱을 선호한다. 결국 앱에 입점하지 않으면 고객 접근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다. “나만 탈퇴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일부 자영업자들은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자체 앱을 개발하거나,
최근 한국 사회에서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다시금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주 4일제라는 파격적인 대안과 함께 현실적인 중간 단계로 떠오른 것이 바로 주 4.5일제 근무제도다. 이는 주 5일 근무제를 유지하되, 반나절을 줄여 주 4.5일만 근무하는 방식이다. 대체로 금요일 오후를 휴무로 두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기업은 수요일·금요일 반차 형태로 운영하기도 한다. 주 4.5일제 논의의 배경에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청년 세대의 워라밸 요구, 그리고 해외 사례가 자리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해왔고, 과로와 번아웃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또한 젊은 세대일수록 단순한 임금보다 삶의 질, 자기계발, 휴식의 가치를 중시한다. 해외에서도 이미 주 4일제 또는 근무 단축 실험이 진행됐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주 35~36시간 근무 실험에서 생산성 저하가 거의 없었으며, 영국의 70여 개 기업은 주 4일제 실험 이후 90% 이상이 제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흐름은 한국 사회에도 영향을 미쳤고, 정부와 정치권에서 주 4.5일제를 “현실적인 과도기적 대안”으로 검토하는 이유가 되었다. 현재 주 4.5일제는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다. 다만 일
한국 대중문화에서 팬덤은 더 이상 단순한 소비 집단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과거 팬덤이 스타의 음반을 사고, 공연을 찾아다니며 지지를 보여주는 데 머물렀다면 이제는 사회적 현안을 움직이고, 자발적인 모금과 캠페인을 이끄는 거대한 집단으로 성장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취향 공동체의 확대가 아니라, 시민단체에 버금가는 사회적 영향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기부 문화다. 특정 연예인의 생일이나 데뷔일에는 팬들이 모여 대규모 기부를 진행하는 일이 흔해졌다. 단순히 쌀 화환을 보내던 차원을 넘어, 장애인 시설 지원, 아동 복지 기금, 해외 재난 성금 모금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이는 개인의 호감 표현이 집단적 실천으로 이어지며, 사회에 긍정적 효과를 확산시키는 과정이다. 팬덤이 곧 사회적 나눔의 통로가 된 셈이다. 또한 환경 보호나 인권 문제 같은 사회적 캠페인에서도 팬덤은 적극적이다. 예컨대 아이돌 팬덤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나무를 심는 캠페인을 조직적으로 추진하거나, 특정 사회적 이슈와 연계해 기부를 집행하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점은 주체가 개별 스타가 아니라 팬덤 스스로라는 사실이다. 스타의 이미지를 지키고 확장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동시에 팬덤이
추석이 다가온다. 달빛이 원을 그리듯 커지고, 사람들의 마음도 집을 향해 모인다. 이 시기마다 반복되는 준비의 풍경은 어쩌면 해마다 같으면서도, 해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마트의 진열대에는 과일이 묶음으로 포장되고, 온라인몰의 화면에는 ‘프리미엄 세트’라는 문구가 빛난다. 사람들은 장바구니를 채우며 망설인다. 무엇을 고르는 것이 적당할까, 어느 선에서 멈추는 것이 지혜로울까. 선물은 언제나 단순한 물건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추석 선물은 한국 사회에서 일종의 언어다. 말로 다 하지 못하는 정을 대신 전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부모에게 건네는 선물은 지난 한 해의 무사함에 대한 보고이자 안부다. 직장 동료와 상사에게 전하는 작은 정성은 서로의 관계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기호가 된다. 하지만 이 언어는 늘 균형을 요구한다. 너무 가볍게 준비하면 성의가 부족해 보이고, 지나치게 무겁게 건네면 부담이 된다. 사람들은 그 미묘한 선을 가늠하며 상점의 진열대 앞에 선다. 이 무게의 문제는 단순히 금액의 크고 작음에 있지 않다. 오히려 선물에 담긴 맥락과 의미가 더 중요하다. 햇사과 한 상자를 준비할 때, 누군가는 과수원에서 직접 공수한 정직한 맛
“당신의 손안에 든 작은 화면이 곧 광고판이 되었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이후, 광고 시장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TV와 신문이 전통적인 광고의 양대 축이었다면, 지금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 같은 SNS가 소비자와 브랜드를 이어주는 거대한 시장이 되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피드 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짧은 영상, 스토리, 추천 포스트 속에는 ‘광고’라는 이름표가 달려 있다. 그렇다면 SNS 광고는 기업과 개인에게 날개일까, 아니면 또 다른 족쇄일까. 우선 SNS 광고의 가장 큰 장점은 정밀한 타겟팅이다. 과거 TV 광고는 “모두를 위한 방송”이었지만, 실제로는 불특정 다수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이었다. 반면 SNS 광고는 사용자의 나이, 성별, 지역, 심지어 좋아하는 콘텐츠와 최근 검색 기록까지 분석해 개인화된 광고를 노출한다. “지금 막 운동화를 검색한 20대 여성”이라는 구체적 조건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고비 대비 효과는 눈에 띄게 높아졌다. 또한 비용 효율성도 무시할 수 없다. 대기업만이 수억 원을 쏟아부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소상공인도 하루 5천 원, 1만 원 수준의 예산으로 광고를 집행할 수 있
최근 한 조사에서 미국 직장인 절반가량이 상사에게 알리지 않고 AI 도구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식적으로는 금지되거나 언급조차 되지 않은 상태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AI가 비공식적인 동료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섀도우 생산성 경제’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산성, 조직의 제도권 바깥에서 자율적으로 발생하는 업무 혁신의 흐름이 이제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섀도우 생산성이란, 회사의 지시나 규범, 승인 절차와는 무관하게 개인이 스스로 도구와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을 뜻한다. 과거에는 엑셀 매크로나 개인 메모앱, 외부 협업 툴이 여기에 속했다면, 지금은 ChatGPT나 코파일럿, 다양한 생성형 AI 서비스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비공식 생산성이 단순히 개인 차원의 편의를 넘어서 조직 전체의 문화와 운영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계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통해 업무 효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장점은 분명하다. 반복적인 보고서 작성, 코드 디버깅, 기획안 초안 만들기 등에서 AI는 빠른 시간 안에
암호화폐는 그 시작부터 혁신적인 가능성과 함께 큰 사건들을 맞이하며 발전해왔다. 비트코인의 탄생을 시작으로, 이더리움의 등장, 비트코인의 가격 폭등과 급락, 그리고 다양한 해킹 사건까지, 암호화폐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암호화폐의 기술적 특성과 함께 시장의 변동성을 잘 보여준다. 이번 칼럼에서는 암호화폐의 역사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들을 살펴보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짚어본다. 비트코인의 탄생과 시작 (2009년) 비트코인은 암호화폐의 시초이자, 분산형 디지털 자산의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사건이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인물이 비트코인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첫 번째 암호화폐가 탄생했다. 이는 중앙집중적인 금융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더리움의 혁신 (2015년) 2015년,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을 출시하며 암호화폐 시장에 또 다른 혁신을 가져왔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달리 스마트 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분산형 애플리케이션을 가능하게 했으며, 이는 이후 DeFi(탈중앙화 금융) 생태계의 발전을 이끌었다. 이더리움의 등장으로
여행의 방식은 늘 시대의 흐름을 닮아왔다. 값싼 항공권과 고속철도가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은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장소를 찍고 돌아오는 여행을 선호했다.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도는 방식이야말로 돈과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보이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여행이 피곤하고 공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바쁘게 이동한 만큼 기억은 희미해졌고, 사진은 남아도 이야기는 남지 않았다. 이제 여행자는 속도를 줄이고 있다. 몇 날 며칠을 한 도시에서 보내거나 작은 마을에 머물며 시장을 둘러보고, 카페에서 글을 쓰고,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체류형 여행이 늘고 있다. 빠른 여행이 장소의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과정이었다면 느린 여행은 일상의 틈을 체험하는 과정이다. 잠시 머문 자리에서 생긴 작은 관계와 경험이 오히려 오랫동안 여행을 기억하게 만든다. 체류형 관광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피로한 일상이 있다. 일터와 집을 오가며 반복되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떠난 여행이 오히려 또 다른 피로를 안겨주었다. 빡빡한 일정과 새벽 출발, 짐을 싸고 푸는 과정이 여행을 즐거움이 아니라 노동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목적지를 줄이고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방
한국은 더 이상 단일 민족 국가라는 오래된 자기 이미지를 붙잡고 있을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은 이미 전체 인구의 약 4.1%에 달한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외국인 노동자, 학교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지역 축제에 참여하는 이주민 공동체는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증가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다. 정부는 이주민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 아동을 위한 언어 교육, 이주민을 위한 한국어 교실, 문화 교류 프로그램 등은 겉으로 보기에 ‘공존’과 ‘다양성 존중’을 표방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절벽을 메우려는 계산법이 뿌리 깊게 자리한다. 이주민은 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을 메우는 수단으로 다뤄지고, 농촌의 계절 노동, 건설 현장, 돌봄 노동을 담당하며 사회의 필수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법적 지위와 권리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목소리는 정책 담론 속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 결국 다문화 정책은 체류 중 필요한 최소한의 적응을 돕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주민을 바라보는
나이가 든다는 건 단순히 머리카락이 희어지고 주름이 늘어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 습관이 몸과 마음에 쌓여서 만들어낸 결과가 노년의 삶을 결정한다. 어떤 이는 활력이 넘치고 또렷한 정신으로 70대, 80대를 보내지만, 어떤 이는 60대에 벌써 무기력과 질병 속에 갇히기도 한다. 차이를 만드는 건 거창한 의학이나 돈이 아니라 작은 습관이다. 줄여야 할 습관, 늘려야 할 습관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남은 세월의 질을 바꾼다. 밤늦게 먹는 습관은 대표적으로 줄여야 한다. 젊을 때는 버텨낼 수 있던 야식과 과식이 나이 들어서는 바로 병으로 이어진다. 위장 기능이 떨어지고, 혈당이 쉽게 오르내린다. 고혈압과 당뇨가 생기는 것도 대부분은 오랜 세월의 식습관 때문이다. 특히 술자리의 기름진 안주, 자극적인 음식은 몸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줄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이유는 외로움과 습관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줄이다 보면 몸이 가벼워지고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훨씬 편해진다. 의자나 소파에만 붙어 있는 생활 역시 줄여야 한다. 나이 들수록 무릎과 허리가 약해진다고 변명하지만, 사실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더 약해지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