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 고려의 역사를 기록하다 고려의 땅은 넓었고, 바람은 거칠었다. 왕이 앉아 있는 개경에서는 조용한 듯했지만, 나라 곳곳에서는 새로운 변화의 기운이 일고 있었다. 누군가는 고려를 더 강하게 만들겠다고 했고, 누군가는 고려의 뿌리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김부식은 후자였다. 그는 급격한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고려는 이미 오래된 나라였고, 그 안에서 질서가 필요했다. 그는 변화를 멀리하고, 안정 속에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은 항상 바람처럼 불었다. 그는 그 바람을 잠재우려 했지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유교적 통치를 지키다 김부식은 고려의 문신이었다. 그는 단순한 관리가 아니었다. 그는 고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했고, 그것을 지키려 했다. 고려는 본래 불교의 나라였다. 그러나 김부식은 유교를 기반으로 한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유교의 가르침이 곧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 믿었다. 군주는 백성을 다스리고, 신하는 군주를 보좌해야 한다. 그러려면 문벌귀족이 중심이 되어야 했다. 그들이 왕과 함께 고려를 이끌어야 나라가 안정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변화는 항상 불쑥 찾아왔고, 새
묘청, 새로운 하늘을 꿈꾸다 고려의 하늘은 흐려 있었다. 바람은 거세게 불었고, 왕은 있지만 힘이 없었다. 신하들은 서로 다른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는 옛것을 지켜야 한다 했고, 누구는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묘청이 서 있었다. 묘청은 새로운 하늘을 꿈꾸었다. 그는 단순한 승려가 아니었다. 그는 고려를 바꾸려 했다. 고려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의 꿈은 너무 거대했고, 세상은 아직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서경 천도, 새로운 시대를 향한 외침 묘청은 고려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가 본 고려는 낡아 있었다. 개경은 이미 오래된 도시였다. 그곳에는 문벌귀족들이 뿌리내리고 있었고, 그들은 새로운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묘청은 말했다. 고려는 개경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대를 열려면, 새로운 수도가 필요하다. 그는 서경(西京)을 바라보았다. 서경은 넓고, 북방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땅이었다. 그는 왕에게 말했다. "서경으로 가야 합니다. 거기서 새로운 고려를 만들어야 합니다." 왕은 흔들렸다. 인종은 약한 왕이었고, 귀족들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나 묘청의 말은 매력
인종, 바람 앞의 등불 고려의 바람은 거칠었다. 왕위는 높았으나, 왕권은 약했다. 신하들은 서로의 힘을 재며 권력을 나누었고, 나라는 흔들렸다. 바람이 불 때마다 등불은 흔들렸지만, 그래도 꺼지지는 않았다. 고려의 제17대 왕, 인종. 그는 흔들리는 나라를 붙잡고자 했다. 왕은 어려서 왕좌에 올랐다. 그러나 그 자리엔 온전히 그의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이 이미 자리 잡힌 듯했고, 그는 그 틀 안에서 살아야 했다. 왕이라 불렸으나, 왕이라기보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같았다. 이자겸의 난, 권력의 그림자 왕이 된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왕이 되었다고 모든 것이 왕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고려의 실권은 오랫동안 문벌 귀족들에게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자는 이자겸이었다. 왕의 외할아버지이자 최고의 권력자. 이자겸은 왕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왕을 이용하려 했다. 그는 자신의 딸들을 왕비로 들였고, 더 많은 것을 원했다. 고려의 왕좌조차 그에게는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과 같았다. 그러나 인종은 조용히 지켜보지 않았다. 그는 왕권을 되찾고자 했다. 1126년, 그는 이자겸을 몰아내려 했다. 그러나 계획은 새어나갔고, 이자겸은 선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