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루 공화국이 ‘경제 및 기후 회복력 시민권 프로그램(Economic and Climate Resilience Citizenship Program)’을 통해 첫 신규 시민을 공식 승인했다. 지난해 COP29에서 발표된 이 프로그램은, 제2의 시민권을 원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공함과 동시에, 기후 변화로 위협받는 자국의 미래를 위한 자금을 유치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유엔 다차원 취약성 지수(MVI)에 따르면 나우루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환경 및 경제적 충격에 취약한 국가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은 단순한 시민권 매매가 아닌, 윤리적 투자와 실질적인 기후 적응 사업의 결합으로 설계됐다.
첫 승인 사례는 독일 국적의 4인 가족으로, 오랜 전통을 지닌 독일 기업을 매각한 후 현재 두바이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정치적 불안정성에 대한 대응책으로 ‘플랜 B’를 모색하던 중, 투자금이 기후 대응 프로젝트에 쓰인다는 점에서 나우루를 선택했다.
에드워드 클라크 프로그램 CEO는 이 승인 절차가 4개월 이내에 완료됐으며, 모든 신청자는 국제 사법기관과 연계한 배경 조사, 엄격한 적격성 심사를 거친다고 밝혔다. 그는 “철저한 심사는 나우루의 안보와 평판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장치”라며, “국제적 모범 사례를 기준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글로벌 이동성을 넘어, 기후 리스크에 직면한 개발도상국(SIDS)에 자본을 유입시켜 실질적인 변화를 가능케 한 첫 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민권을 취득한 가족은 국제 이주 전문 컨설팅사 헨리앤파트너스를 통해 신청했으며, 헨리앤파트너스는 이 프로그램이 지속 가능한 미래와 경제 회복력 강화를 위한 긍정적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나우루는 현재 식수·식량 안보 대책과 함께 ‘Higher Ground Initiative’를 추진 중이며, 대부분의 인구를 해안에서 고지대로 이주시켜 기후 재난에 대응하는 중장기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경제적 선택과 윤리적 책임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된 이번 승인 사례는, 시민권 제도가 단지 여권 확보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