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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현대자동차–테이트 미술관, ‘현대 커미션: 마렛 안네 사라 – Goavve-Geabbil’ 개막…사미 공동체의 생태와 공존 조명

현대자동차와 영국 테이트 미술관이 함께하는 장기 파트너십 프로젝트 ‘현대 커미션(Hyundai Commission)’의 2025년 전시가 10월 14일(현지시간)부터 내년 4월 6일까지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터바인 홀(Turbine Hall)에서 열린다. 올해 전시의 주인공은 노르웨이 출신 사미(Sámi) 예술가 마렛 안네 사라(Máret Ánne Sara)로, 전시 제목은 ‘Goavve-Geabbil’이다.

 

 

‘현대 커미션’은 현대자동차와 테이트 미술관이 2014년 체결한 글로벌 장기 협력 프로그램으로, 현대미술의 발전과 대중화를 목표로 매년 한 명의 작가가 테이트 모던의 대형 전시장 터바인 홀에서 신작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2015년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Abraham Cruzvillegas)를 시작으로,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 수퍼플렉스(SUPERFLEX), 타니아 브루게라(Tania Bruguera), 카라 워커(Kara Walker), 아니카 이(Anicka Yi), 세실리아 비쿠냐(Cecilia Vicuña), 엘 아나추이(El Anatsui), 이미래(Mire Lee)에 이어 마렛 안네 사라는 열 번째 작가로 참여했다.

 

마렛 안네 사라는 노르웨이 북부를 비롯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에 걸친 사프미(Sápmi) 지역의 선주민 공동체 ‘사미(Sámi)’ 출신 작가로, 순록과 대지, 인간, 물의 상호 관계를 탐구하며 사미 생태계와 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예술로 표현해왔다. 그녀의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하고, 전통적 지식과 현대 사회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 ‘Goavve-Geabbil’은 두 개의 대형 신작 ‘Goavve-’(2025)와 ‘-Geabbil’(2025)을 합친 말이다. ‘Goavve’는 사미어로 극심한 기후 변화로 인해 지표면이 얼어붙어 순록들이 먹이를 찾지 못하는 현상을 뜻하며, ‘Geabbil’은 ‘유연하거나 적응력이 있는’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두 단어의 결합은 기후 위기와 환경 변화 속에서 생명체 간의 공존과 회복력, 그리고 선주민의 지혜를 상징한다.

 

터바인 홀 입구를 채운 ‘Goavve-’는 순록 가죽과 전력 케이블을 엮어 만든 거대한 설치 작품으로, 높이 28미터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순록 가죽은 사미의 전통과 생명력, 케이블은 산업화와 개발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를 상징하며, 작가는 이를 통해 기후 변화로 희생된 생명에 대한 애도와 모든 존재의 연결성을 표현했다.

 

전시장 안쪽에 설치된 ‘-Geabbil’은 순록의 코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미로형 작품으로, 관람객이 직접 통로를 걸으며 사미 공동체의 세계관을 체험할 수 있게 구성됐다. 작품 일부에는 순록의 뼈와 가죽이 사용되어, 순록이 사미 문화에서 단순한 생물이 아닌 생존과 정체성의 근간임을 드러낸다. 작가는 “순록의 모든 부분에는 새로운 쓰임이 있다”는 사미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며, ‘낭비 없는 공존’의 가치를 강조했다.

 

또한 전시장에서는 사프미 지역의 자연음을 담은 사운드, 사미 전통 음악 ‘요이크(Joik)’, 그리고 지역 원로들의 구전 지식이 어우러져 다감각적 몰입 경험을 선사한다. 사라는 후각적 요소도 더해 순록과 식물의 향을 공간에 퍼뜨림으로써, 관객이 오감을 통해 사미 문화의 본질에 접근하도록 유도했다.

 

이번 전시의 기획은 테이트 모던의 국제 미술 큐레이터 헬렌 오말리(Helen O’Malley)와 전시 어시스턴트 해나 고얼리즈키(Hannah Gorlizki)가 맡았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이번 현대 커미션은 ‘공존의 가치’라는 현대자동차의 철학을 예술적으로 확장한 프로젝트”라며 “사미 공동체의 지혜와 자연에 대한 존중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통찰을 제공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테이트 미술관과의 파트너십을 최근 2036년까지 연장했다. 현대 커미션과 더불어 ‘현대 테이트 리서치 센터: 트랜스내셔널(Hyundai Tate Research Centre: Transnational)’ 후원도 지속한다. 해당 연구센터는 2019년 설립 이후 테이트의 네 개 미술관(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과 전 세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학술 교류를 통해, 다양한 문화권의 현대미술을 탐구하고 세계 미술사의 균형 잡힌 관점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마렛 안네 사라(1983년생)는 노르웨이 북부 카우토케이노(Guovdageaidnu)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사미 문화의 생태적 지혜와 공동체적 예술 정신을 국제무대에 알리는 대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